국산 구두 명가(名家)인 금강제화와 에스콰이아가 부활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 국내 제화시장을 양분했던 두 업체는 수입 명품과 살롱화에 밀려 퇴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과감한 구조조정과 사업 다각화로 명가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 패션과 모바일 액세서리 판매사업도 시작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90년대만 해도 경쟁자가 거의 없었던 제화업계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위기를 맞았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대거 쏟아져 들어온 데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급변한 게 주된 이유다. 오늘 유행한 디자인이 내일이면 구식이 될 정도로 유행은 빠르게 변했다. 하지만 이들 기성화 브랜드들은 트렌드를 읽지 못했고 맞춤형 구두인 ‘살롱화’에 자리를 내줬다. 한때 선물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구두상품권마저 백화점 상품권에 밀리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백화점 구두 매출 1·2위를 달리던 금강제화와 에스콰이아는 2009년 이후 살롱화를 만드는 ‘탠디’ ‘소다’에 선두를 내줬다. 금강제화는 매출 부진으로 2009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지금도 백화점 구두매장에서 금강제화는 3위, 에스콰이아는 5~6위로 밀려 있다. 에스콰이아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채 지난해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렸다. 서울 명동 중앙길에는 현재 금강제화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구두업체들은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금강제화는 회사의 상징인 서울 금호동 공장을 팔고 4500여명의 직원 수를 2600여명까지 줄였다. 팀버랜드·쳐치스·클락스·브루노말리 등 해외 브랜드도 들여왔다.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운동화·운동복을 모아 판매하는 멀티숍 ‘스프리스’와 ‘레스모아’도 만들었다. 성과가 있었다. 레스모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155%나 늘었다.
2009년 처음 문을 연 금강제화의 ‘프리스비(Frisbee)’는 지난해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프리스비는 아이폰·아이팟·맥북을 비롯해 애플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애플 전문 매장이다. 서울 명동 중앙길 초입에 1호점인 명동점이 있다. 애플 공인 수리센터가 상주해 제품 수리도 할 수 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애플 매장은 뉴욕·런던에서도 패션거리의 아이콘처럼 여겨진다”며 “기존 금강 매장에 함께 입점하거나 근처 빌딩에 들어가기 때문에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높다”고 말했다.
에스콰이아도 변신 중이다. 에스콰이아는 회사를 매각한 뒤에도 실적이 시원치 않았다. 2002년 연간 2400억원에 이르던 매출은 2009년 1700억원까지 줄었다. 회사는 지난해 13개 브랜드를 8개로 축소하는 ‘수술’을 단행했다. 남은 브랜드도 젊은층을 타깃으로 콘셉트를 다시 짰다. 만화 캐릭터를 넣은 구두 브랜드 ‘소노비’ 마케팅에 주력하고 의정부 구두 매장은 다양한 잡화를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바꿨다. 구두는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특정 브랜드의 매니저가 일괄적으로 담당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변화의 효과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나타났다. 191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에 비해 12%나 성장했다. 8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셈이다. 회사는 3월 회사 이름 에스콰이아를 ‘EFC’(에스콰이아 패션 컴퍼니·Esquire Fashion Company)’로 바꿨다. 기업 이미지(CI)도 새로 만들었다.
조원익 EFC 대표는 “회사 이름을 바꾼 것은 다시 성장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라며 “올해를 변화의 원년으로, 50년을 이어온 토종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4월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